“뭐야, 캡틴 또 술 마셨어요?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그래, 특히 그 얼굴 말이에요. 안 그래도 성질 더러워 보이는데. 술까지 마시면 더 화난 듯 보여서. 붉게 오른 빛이 어지럽게 낯의 위를 떠돌았다. 걸러지지 않은 숨이 허공을 맴돌 때마다 진한 알코올의 향이 번져.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어 술로 입술을 축였나.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은 한없이 위태롭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면서도 기어이 향하고자 하는 곳을 향했다. 어깨에 얹히는 손길이 퍽 우악스럽기도 하지. 하, 가벼운 조소가 입가를 빙글, 맴돌았다. 그리고 네가 보지 못할 그 때에 한껏 구겨낼 터였다. 일그러진 시선이 너를 향했다, 반쯤 풀어진 동공이 다시 위를 향할 때 즈음에는 다시금 예의 고운 호선을 그려내었다. 닿는 입술은 꽤나..
“아아, 아, 흑! 잠깐, 마, 윽, 읏.” 거칠고 투박한 손들에 내내 농락당한 유륜은 잔뜩 예민해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정하면서도 세심한 손길과,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본능 그대로의 손길. 그 두 손길들이 섞여 온 몸을 어루만지고 샅샅이 파고드는 것을 멀쩡히 받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단정하게 목 끝까지 채워져 있던 셔츠 단추는 다 풀어져 거의 벗겨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바지와 브리프는 찬 바닥에 나뒹군 지 오래였으며, 가슴팍이며 목덜미, 허벅지 곳곳에도 울긋불긋한 열꽃이 잔뜩 피어나 있었다. 언제부터,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이 두 사람에게 감당 못할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건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숨을 내쉬고 있던 로우의 눈앞으로 익숙한 ..
-눈부시도록 당신이, 당신이 번져. 그날은툭, 떨어진 꽃잎 위로, 당신의 그림자가 지는 날이었다. "---." 햇빛을 닮은, 엷은 노랑이 눈앞을 화사하게 덮었다. 익숙한 목소리의 색. 싱그러운 잔디 위로 퍼지는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널 알 수 있었다. "일렉!" 까만 머리칼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네가 사박 사박 발을 옮겨 나에게로 오고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보이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장 흐드러지도록 웃어보이며 팔을 뻗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내것보다 조금 커다란 손을 꼭 붙잡았다. 손끝으로 퍼지는 간지러운 온기. 네 눈 속에 감추어진 노란 눈동자가 서서히 가려진다 싶더니, 이내 곱게 접어지며 해사한 웃음을 틔워냈다. 너를 따라 웃음을 마주 짓곤 막 펼쳐 놓은 돗자리로 너를 이끌었다. 햇..
“링크.”“응?”“너는, 꿈 꿔본 적 있어?”“꿈? 글쎄, 있겠지? 생각이 나진 않지만.”“으음….”“왜, 갑자기 꿈 얘기를 다 하고.”“그냥. 그럴 리는 없겠지만, 피곤해서.”“피곤해?”“잘 모르겠어. 잠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이유는 아닐 거 아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무 곳에나 털썩 주저앉은 링크가 로우를 올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키만 훌쩍 커서는 나이는 저보다 한참 어린 것 같았다. 뭐 이따금 형, 소리를 듣곤 했으니 맞는 말이긴 했다. 나이를 세는 것을 그만 둔 이후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지만. 어깨를 으쓱하고 손짓으로 부르자 로우는 순순히 옆에 와 앉았다. 약간 복슬 거리는 머리칼을 손끝으로 쓰다듬던 링크가 돌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