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HPB/TEXT_END

[링크로우일렉]Obsession

bb1yak 2016. 11. 20. 23:23

 

“아아, 아, 흑! 잠깐, 마, 윽, 읏.”

 

거칠고 투박한 손들에 내내 농락당한 유륜은 잔뜩 예민해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정하면서도 세심한 손길과,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본능 그대로의 손길. 그 두 손길들이 섞여 온 몸을 어루만지고 샅샅이 파고드는 것을 멀쩡히 받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단정하게 목 끝까지 채워져 있던 셔츠 단추는 다 풀어져 거의 벗겨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바지와 브리프는 찬 바닥에 나뒹군 지 오래였으며, 가슴팍이며 목덜미, 허벅지 곳곳에도 울긋불긋한 열꽃이 잔뜩 피어나 있었다.

언제부터,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이 두 사람에게 감당 못할 맹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건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이었다. 뜨겁게 달궈진 숨을 내쉬고 있던 로우의 눈앞으로 익숙한 얼굴이 불쑥 들이밀어졌다. 거꾸로 자신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에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그보다 더 달콤한 입맞춤을 나누려 했는데. 심통이 난 건지, 아랫배를 마구 간질이던 머리칼이 조금 더 아래로 간다 싶더니 기어이 조금 흥분한 성기를 뜨거운 입 안에 가두고야 말았다. 흐윽! 우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휘고 목울대를 들썩이자, 더 격한 흥분을 뱉어낼까 겁이라도 난 듯, 또 다른 입술이 입술로 겹쳐졌다.

눈앞으로는 턱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선이 뻗어있었다. 눈에 익은 까무잡잡한 피부와 적당히 굴곡진 줄기. 거기에다 이토록 달콤하고 다정하게 키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로우가 아는 선에서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링크, 오래고 오랜, 누구에게도 비할 데 없이 완벽한 애인, 이랄까. 그와의 입맞춤이 숨을 삼키는 몽롱한 환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둘만의 재회를 방해하는 것이 있어서인지, 입술에 닿는 물기가 평소보다 짙고 급하게 스몄다. 사실 그것은 링크보다는 로우의 탓이 컸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로우를 안달 나게 만든 장본인의 탓이었지만.

링크가 미지근한 혀를 내어 갈라진 입술을 부드럽게 어르고 달래는 것에 신경을 쏟아보려 해도, 농도 짙게 성기를 훑고 빨아들이는 촉감으로 인해 새하얗게 깜박이는 머릿속은 쉬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당황한 듯한 숨결이 느껴질 때마다 로우는 괜히 가슴께가 쿡쿡 쑤셨다. 인연만큼의 오랜 시간을 거쳐 새겨진 입맞춤만큼은 아니더라도, 바보 같게도,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역시 익숙해져버린 또 다른 자극에 자신이 내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키스로 당장의 직접적인 표출은 막았다고는 하지만, 바들바들 떨리는 허벅지라든지, 목 안쪽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신음이 입 안에서 낮게 울리는 것만으로도 일렉은 기세가 등등했다. 쪽팔리고 짜증나지만,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만 같이 온몸이 후끈 달아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은근한 불안으로 링크가 끈질기도록 입술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서 입 안을 휘젓는 통에 안 그래도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을 턱으로 질질 흘리며, 결국엔, 일렉의 입에다 절정의 산물을 쏟고야 말았다.

로우가 순간 경직되어 흐느끼는 신음을 토해내고 나서야 링크는 입술을 떼고 긴 숨을 몰아쉬었다. 낮고 천천한 숨을 쉬는 링크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굳어있는 것만 같아, 로우는 주인의 눈치를 보는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눈동자를 굴리고만 있었다. 그 꼴을 보며 가관이라는 듯 픽 웃음을 흘린 일렉은 입에 담고 있던 정액을 제 손바닥에 뱉어냈다. 여전히 링크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술을 달싹이던 로우가 메마른 신음을 지르게 된 건 바로 그 때였다.

 

“아흐, 윽! 캐, 캡티, 아! 흐, 너무, 갑자기.”

“언제는 예고하고 넣었냐.”

“하아, 그래, 도…. 으응! 하, 아프단, 아읏.”

“이제야 보네. 저 새끼만 보다가.”

 

비식거리는 일그러진 미소가 일렉의 입가에 잠깐 머물렀다. 눈을 질끈 감고선 어떻게든 그 투박한 손길에 적응하려 애쓰는 걸 보며, 일렉은 다시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채 그저 부지런히 손을 놀릴 뿐이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반쯤 넋이 나간 채로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링크는 묘하게 심기가 뒤틀렸다. 견제라는 걸 할 만한 대상이 못 된다는 걸 아는데도 좀처럼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로우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마구잡이로 어지럽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웠다. 캡틴, 이라고. 내내 제 이름을 부르던 입술이 다른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어쩌면 그리도 자연스럽게, 너는, 그렇게.

때문에 링크는 일렉이 손가락 개수를 늘려가며 로우의 아래를 넓히고, 로우가 약간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것에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은 야속했고, 조금은 분하기도해서, 조금은 이기적이고 싶었다. 그래, 그게 조금은 추악하고 숨김없는 진심이었다. 링크가 흐려진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 일렉은 내내 뱉어낸 정액을 윤활제 삼아 로우의 뒤를 넓히고 있었다. 뻑뻑한 내벽에도 아랑곳 않고 무작정 손가락 몇 개를 밀어 넣더니, 내벽을 손끝으로 긁어내리기도, 마치 삽입이라도 하듯 손가락으로 피스톤 질을 하기도 했다.

그 모든 자극들에 로우가 피가 맺히도록 입술을 악물고, 힘겹게 신음을 내뱉으며 이따금 흘리는 시선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쯤 되자, 묵묵히 방관만 하고 있던 링크가 미간을 옅게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더 이상 뒤로 물러나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을 정리한 모양이었다.

 

“어이, 그만 하고 좀 비키지?”

“뭐?”

“내거에서 그만 손 떼라고.”

“허, 여태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런,”

“그쪽 딱 봐도…. 무식하게 쑤셔 박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내가 먼저 하는 게 나을 걸.”

“…너, 이 새끼도 그렇고. 더럽게 재수 없는 거 아냐?”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 그런 말 하면 헛웃음밖에 안 난다.”

 

차게 식은 웃음을 띠자, 일렉조차도 차마 더 이상의 언쟁을 벌일 생각을 하는 것 같진 같았다. 다만 혼잣말로 무언가 불평 같은 것을 중얼거리며 어느새 끈적하게 젖은 손가락을 쑥 빼냈을 뿐이었다. 안을 빠져나온 손가락이 엉덩이 골을 스치자 로우는 힘없이 몸을 떨며 우는 소리를 냈다. 지금껏 시달린 것도 시달린 건데, 이들에게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걸 무언중에 스스로 깨달아 버린 탓이었다.

분명 방금 전,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링크는 고개를 정면으로 향한 채-아마 일렉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전에 없이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시 코앞으로 다가온 링크는 예의 그 다정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쪽, 짧게 제 입술을 포개고선 나직하게 속삭여지는 목소리가, 로우는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어떤 면에서는 일렉과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었는데, 그래서였을까. 너의 빈자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그를 찾았던 것은.

 

“엎드려.”

 

꽤 강압적인, 하지만 결코 차지 않은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로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집었다. 혀를 축 늘어뜨리진 않았지만, 주인을 기다리는 순종적인 개 마냥 열에 푹 젖은 눈을 하고선 뒤에 닿는 단단한 열기에 잘근, 숨을 삼켰다. 일렉은 어딘가 모르게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선 제 브리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반쯤 고개를 든 것을 한 손으로 감싸 쥐자 자연히 낮은 욕지기가 흐려져 나왔다. 저런 모습은, 결코 익숙하지 않았다. 저 능글맞은 녀석이 저리도 순순히 자신을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손목을 부드럽게 움직여가며, 일렉은 순간적으로 변하는 수많은 표정들을 모두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로우는 지나치리만치 순순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충분히 넓혔다고 생각했는데, 로우는 귀두 끝이 제 뒤에 걸쳐지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했다. 링크가 한없이 다정한 말과 손길로 로우의 온 몸을 어루만지고 달래면서 천천히 제 것을 끼워 넣는 내내, 로우는 팔에 이마를 기대고 고통스럽게 숨을 뱉을 뿐이었다. 저 자식, 자기가 먼저 하는 게 나을 거라더니….

일렉은 날카롭게 그 모습을 쏘아보며 성기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이리도 뜨겁고 뭉근하게 퍼지는 압력을, 네 안에서 느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이제 겨우 삽입을 끝냈을 뿐인데, 로우는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창백한 손끝에 남아있던 핏기마저 다 가시도록 시트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와는 상반되게, 여유로운 웃음을 띠운 채로 링크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시트에 처박혀 있던 고개가 꺾이며 억눌린 신음이 곧장 튀어나왔다. 드러나 보이는 얼굴은 이미 피가 쏠려 잔뜩 붉어져 있었다.

핏줄이 곤두선 성기가 안을 파고들었다 다시 빠져나올 때마다 내벽에 들러붙어 있던 정액이 밀려나면서 야릇한 소리를 냈다. 천천하고 부드럽던 움직임이 순간 거세지며 퍽, 부딪히자 꽉 감겨있던 눈이 번뜩 떠졌다가 애처롭게도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마냥 붉게 일렁이는 두 눈이, 일그러진 미간이, 쉴 새 없이 달뜬 숨과 신음을 토해내는 입술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후…. 씨발, 존나 야하네….”

“입 다물어. 목소리 안 들리잖아.”

“뭐?”

“로우. 입술 물지 말랬지.”

“아흐, 으, 아! 아, 링, 링크! 후윽, 너무, 응, 링크….”

“착하지, 응. 예쁘다.”

 

링크, 링크, 링크…. 로우는 나오지 않는 숨을 애써 헐떡이며 몇 번이고 링크를 불렀다. 이미 뺨은 눈물로 젖어 얼룩져 있었고, 고개는 진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세게 흔들렸다. 처음 보는 격한 반응. 한 눈에 보기에도 링크는 능숙했다. 로우의 온 몸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를 어떻게 만져주고 박아야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안달 나 하는지, 울면서 애원을 하는지.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이용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짜증스럽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내내 어루만지고 있던 성기에서는 프리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일렉이 또다시 움찔, 눈을 찡그리고선 손을 뻗어 침대 옆의 서랍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도 등 뒤로 로우의 새된 신음만큼은 끊이지도 않고, 선연하게 귓가에 울렸다. 물기가 섞인 눅눅한 목소리에 저에 대한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작게 욕지기를 뱉으며 서랍 속에서 몇 개 남지 않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틱, 틱. 두어 번 정도 라이터를 굴려 불을 붙이고 깊게 연기를 빨아들였다. 폐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차는 매캐하고 짙은 연기.

짧게 숨을 뱉으며 뒤를 돌아봤을 때, 로우는 거의 다 죽어가는 얼굴로 신음하며 눈물을 뚝뚝 떨궈내고 있었다. 살며시 떠진 눈은 속눈썹에 맺힌 눈물방울의 무게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다시 감겨질 듯 했다. 흐릿하게 드러난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풀어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눈앞을 스치는 형태를 위태롭게 잡던 고개가 푹, 숙여졌다. 무의식중에서도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가 아니었더라면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도대체 갑자기 나타난 저 새끼가 누구이기에,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훤히 내보여지고, 힘겨워 하면서도 쾌락에 못 이겨 울음을 터뜨리는지. 일렉 자신은 알지 못하는, 오래 전부터 짜여 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우열관계에 로우가 너무나도 손쉽게 굴복한 것만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씨발.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깊게 한 번 더 들이마시곤 땀에 젖은 머리칼을 휘어잡아 들어올렸다. 아!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벌어진 입술에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직 뱉어지지 못했던 연기가 그대로 스며들어 로우의 기도를 막았다.

당황으로 크게 떠진 눈을 바로 마주한 채로 목 뒤로 숨어버린 혀를 찾아내 옭아매었다. 연기가 꽤나 독했는지, 로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선 순식간에 입 안을 가득 메운 타액을 넘기려 했지만, 대부분은 입새를 비집고 나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엷게 드러난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부족한 호흡의 대부분을 담배 연기가 메워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일렉이 묘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떼자, 로우는 곧바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잔기침을 내뱉었다. 하아, 당신….

 

“집중해야지, 로우.”

“허억, 흐, 자, 잠시, 콜록, 아으, 흑! 링, 아아, 아! 윽!”

“아직 다른 데 신경 쓸 정신이 있나봐. 그치?”

“하아, 읏, 흐으! 아, 니야, 읏, 잘못, 했, 아윽! 잘못 했어요, 흐, 혀, 형아…!”

“…어이, 걔, 그러다 실신하는 거 아냐?”

“후으…. 글쎄. 그쪽한테도 박을 기회는 줄 테니까, 걱정 마.”

 

분명 대답은 꼬박꼬박 하는데, 링크는 잠시도 일렉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제 눈앞의 먹잇감을 해치우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듯, 로우에게 눈을 고정시킨 채, 링크는 아까보다 한층 격해진 움직임으로 로우의 안을 파고들었다. 살이 거세게 맞부딪히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림과 동시에, 로우는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전혀 걸러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신음에 언젠가 부터는 목소리 끝이 잔뜩 갈라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롭게 할딱이며 눈물을 쏟는 모습이, 왜 그렇게 예쁘다고 느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링크가 한 번 안을 거세게 박아댈 때마다 로우는 내내 자지러지면서도 잘못했다며 빌기 바빴다. 아! 아! 형아, 혀엉…! 아흑, 으, 잘못 했, 어요, 흐윽…. 그 애달픈 비명에 대한 답은 매번 똑같았다. 우리 로우, 잘못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지독하게 차분하고 논리적인 목소리에 일렉은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다정하게 휘어진 눈매와는 달리 눈동자만큼은 시리도록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나긋한 목소리와는 상반되게도, 골반을 비틀어 쥔 손길이라든지, 허리의 움직임만큼은 한없이 강압적이고 무자비했다.

로우가 조금의 배려도 없이 강하게 밀어붙여지고 있는 건, 링크라고 했나, 아무튼, 그와의 관계에서 한 눈을 팔았다는 게 화근인 것 같았다. 분명 링크는 잔뜩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정작 그는 그런 기색을 전혀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링크가 다정해지면 다정해질수록, 로우는 더 크게 눈물을 쏟으며 두려움에 떨었다. 붉게 열이 오른 얼굴에마저도 창백하게 핏기가 가셔서는, 필사적으로 시트를 붙들고선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몽롱하게 읊조리는 모습에 일렉은 또다시 시선을 뺏겨 버렸다.

아파, 아, 파…. 짧았던 대화 이후, 처음으로 잘못했다는 말이 아닌 아프다는 말로 로우가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목소리는 한 없이 작고 가늘었지만, 링크도, 일렉도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아, 이제 정신 좀 차렸으려나. 순간 링크가 혼잣말인 것 마냥 나직하게 읊조리며 아무렇지 않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런데 그 한 마디가 끝나자마자, 로우가 또다시 흠칫, 크게 눈을 뜨더니 온 몸을 파드득 떨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이번엔 신음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끅끅대며 시트에 몸을 묻어버린 걸 보며 일렉이 사나운 시선을 링크에게로 옮겼다.

링크는 그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한 번 같은 곳에 성기를 박았다. 아아! 이번엔 침묵이 아닌, 높고 새된 신음이 막혔던 숨을 뚫고 터져 나왔다. 여과 없이 흘러나온 소리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링크가 아래로 쳐진 허리를 잡아 제게로 끌어올렸다. 한 번 더, 다시,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느릿하게 이어지던 반복적인 움직임에도 점차 박차가 가해졌다. 퍽, 퍽, 적나라하게 울리는 마찰음이 커져갈수록 로우의 떨림도 점점 더 심해졌다. 시트를 잡거나 버티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신음을 내지르며 눈물만 줄줄 흘려대는 걸 보니, 아마 쾌락에 겨워 끝내 이성을 놓아버린 듯 했다.

눈앞이 새하얗게 번지며 이러다간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로우의 머릿속을 가득히 메웠다. 쾌락과 맞닿은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도저히 그것을 놓을 수가 없었다.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조금만…. 마약처럼 온 몸에 번져버린 그 아찔한 감각들에 로우는 예민하게 달아올라 약간의 자극에도 화드득 번지는 불꽃처럼 굴었다. 도대체, 그 눈빛은 뭐야. 허공을 헤매던 로우의 눈이 순간 일렉의 눈빛과 맞닿았다. 하지만 로우는 그 눈길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두지 못했다.

쾌락, 그 이외의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눈동자는 일렉의 형상마저 투영시키지 못한 듯이 다시 허공을 향했다. 그 텅 빈 눈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끊임없이 새어나와 뺨은 온통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눈물이 마른 뺨 위로 또다시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고, 그 물기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눈물이 흐르고…. 마치 인형처럼 얌전히, 그러나 예민하게 링크를 받아내던 로우는 절정에 다다를 즈음이 되자, 울상을 지으며 손을 내려 제 성기를 움켜쥐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기둥을 손바닥으로 바삐 쓸고 흔들어 어서 단비 같은 절정을 맞고 싶었던 것일 터였다.

하지만 링크는 그렇게 쉽게 로우가 쾌락의 끝에 도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성기를 콱, 움켜쥔 손을 억지로 떼어내곤 양 손목을 세게 짓누르자 로우가 우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틀었다. 발악하듯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쏟는 걸 무심하게 내려다보던 링크는 짝 소리가 나도록 엉덩이를 세게 내려치고는 더없이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일 따름이었다.

 

“우리 로우, 뒤로만 해도 갈 수 있잖아. 그렇지?”

“하으으-! 으, 흑, 아아! 아, 제… 발, 하악, 나 좀, 응! 하아,”

“더 울어. 더 소리 지르고, 더 예민하게 굴어봐. 그런 거, 잘하잖아.”

 

링크는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을 실어 또박또박 말하며 깊고 강하게 성기를 찔렀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바로 그 부분만을, 계속해서. 로우는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허리를 휘고 흐느끼며 신음했다. 가끔 내뱉는 말들은 알아들을 수조차 없게 뭉개진 게 대부분이었지만, 링크, 라는 이름만큼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로우와 일렉이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전혀 변화가 없었던 링크의 여유로운 얼굴 뒤로 미묘한 승리감이 떠오른 것도 같았다.

완연한 굴복. 그리고 완연한 지배. 저 둘의 우위관계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뒤집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게, 나를 조금만 더, 헤집어 줘. 제발. 로우는 그렇게 외치고 있었고, 링크는 그의 굴복을 도왔다. 몇 번의 깊고 뭉근한 허리짓 끝에 로우가 가는 울음을 터뜨리며 겨우 절정을 맞았다. 시트위로 하얗고 끈적한 액이 몇 방울 흩어지고 난 후에도, 링크는 안을 좀 더 헤집는다 싶더니 퍽, 깊게 제 것을 박아 넣고 끝내 사정했다.

링크가 안에서 제 것을 빼내고 그를 놓아주자마자 로우는 곧바로 시트 위에 엎어져 숨을 몰아쉬었다. 느리게 깜박이던 눈이 서서히 감겨져 자칫 보면 잠든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일렉은 그가 잠들 수 없다는 것과 그저 많이 지쳐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온 몸에 진이 다 빠져버린 모습이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른 등과, 시트 위로 흩어 진 젖은 머리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링크가 일렉의 어깨를 툭, 쳤다.

 

“안 해? 포기 했어?”

“미친 새끼. 널 먼저 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왜, 지금 넣으면 아프지도 않을 테고, 예민해서 신음도 잘 낼 거고. 그쪽이 바라는 거 아냐?”

“뭐, 라는… 거야.”

“로우 이렇게 반응하는 거, 아마 처음 봤을 텐데. 아냐?”

“…….”

“나한테 익숙해진 몸이야. 아무한테나 예민해지지 않아. 그러니까, 순순히 내줄 때 하라고.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테니까.”

“하여튼 재수 없는,”

“아, 그리고. 캡틴, 이라고 했나. 너무 막 다루지는 말라고. 알다시피, 주인은 따로 있으니까.”

 

격려하듯 날갯죽지 부근을 툭툭 토닥이고선 링크가 본래 일렉이 앉아 있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힘없이 감긴 눈두덩과 눈물에 젖은 뺨을 엄지로 부드럽게 쓸자, 로우가 살며시 눈을 떠 머리맡의 링크를 멍하니 응시하다 다시 눈을 감으며 우는 듯, 웃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띠웠다. 링크가 좀 더 고개를 뻗어 아예 입을 겹치니 그것 또한 순순히 받아들이며 입술을 열어 그를 맞이할 뿐이었다. 젠장, 도대체, 무슨 관계인거야. 애인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일렉이 아랫입술을 이죽이며 로우의 다리 위로 올라타자, 로우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일렉의 존재를 살폈다. 조금 당황한 듯, 불편하게 흔들리는 동공. 손가락이라도 넣어 괴롭혀볼까 싶은 생각이 잠시잠깐 들긴 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녹아 사라졌다. 링크가 빠져나간 구멍은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고 적나라하게 그것의 속을 내벌리고 있었다. 그건, 고작 손가락으로 만족할 만한 게 되지 못한다는 걸 의미했다.

로우는 일렉의 시선이 향한 곳을 알아채고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벌써부터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하지 말라며 만류를 하기도 했지만, 천하의 일렉이 그 말을 따라줄 리가 없었다. 더 이상 지체할 것도 없이 일렉은 흩어져 있던 콘돔 하나를 집어 들어 빠르게 제 성기에 끼웠다. 그리고 로우가 미처 허리를 뒤틀기도 전에, 이미 꼿꼿하게 일어선 성기를 곧바로 끝까지 밀어 넣었다. 조금씩 오밀조밀 모여들고 있던 내벽을 억지로 가르고 들어서자 로우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괴롭다는 듯 신음했다. 그래봐야, 이미 예민해진 몸은 고통보다 쾌락에 훨씬 더 익숙해져 있을 터였다.

 

“캐, 캡틴…. 하윽, 흐, 나 너무, 아아! 힘들, 으읏…. 하,”

“니 애인이, 하아…. 무식하게 쑤셔 박은 걸 탓해. 으, 안에다 싸지른 것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나는 무식하게 박는 짓 따위는 안 해. 그쪽이면 몰라도.”

“…그 입 좀, 닥치고 있지?”

“계속 그렇게 미지근하게 굴 거야? 기껏 덥혀놓은 거 다 식어버리겠다.”

“알아서 잘 할 테니까, 그딴 걱정, 집어 치워.”

“아아! 흑, 캡틴, 아, 아프, 흐, 아파요…. 흐읏, 좀 만, 살살, 응, 아윽!”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반항하고 앙칼지게 구는 게 아니라, 제 움직임 하나하나에 순식간에 몸이 달아 허리를 비틀고 달뜬 숨을 뱉어내는 건,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선 아프다고 칭얼대긴 했지만, 그마저도 별 의미 없는 말들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아마 이전의 관계로 인해 온 몸이 예민해져버린 탓인 듯 했다. 묘하게 더 흥분되기도, 짜증스럽기도 한 마음에 부러 거칠게 여기저기를 마구잡이로 쑤셔댔다. 아프다는 핀잔이 곧장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로우는 웬일인지 힘없이 밀려나는 제 몸을 지탱하기 위해 시트를 꽉 쥐고선 자지러지는 신음만을 뱉어냈다.

끊어지는 호흡 사이로 또다시 캡틴, 이라는 호칭이 튀어나오자 링크가 주저 없이 로우의 턱을 잡아 올리고 깊게 키스했다. 막혀진 입 안으로 신음이 울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부드럽게 혀를 휘어 감자, 로우가 헐떡이며 감긴 눈 밑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링크는 집요하게 입 안을 헤집고, 고른 치열을 훑고, 끈적하게 타액을 넘기면서도 일렉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로우를 바라볼 때와는 확연히 다른,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 그 눈빛이 무언의 압박을 건네고 있던 탓에, 일렉은 더 이상 ‘마구잡이’로 로우를 대하지는 못했다.

로우가 발갛게 물든 얼굴로 목울대를 파들거리며 떠는 걸 느꼈는지, 링크가 일렉에게 향하고 있던 시선을 거두고 부드럽게 로우를 응시하며 오래도록 잡고 있던 입술을 놓아줬다. 생각보다 질척한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지자, 내밀어진 혀끝으로 가늘게 실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몽롱하게 달아올라 링크에게 향하던 시선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퍽, 쳐올려진 아래로 인해 숨이 턱 막혀버린 탓이었다. 일그러진 눈매와, 살짝 부어오른 입술이 붉게 젖어 번들거렸다. 숨을 내쉬기 위해 트여진 입술 또한, 무척이나 뜨거울 게, 분명했다.

 

“으윽, 흐, 아, 아읏! 하아, 응! 조금 더, 흑, 깊게…! 아아, 흑!”

“하아, 윽, 아 시발…. 허리 더 들어.”

“아읏! 윽, 힘들, 어어, 아, 흑! 흐, 캡틴, 캐, 읍….”

“…로우. 착하지. 조용히, 닥치고 빨아.”

 

하? 일렉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일순간 움직임을 느리게 했다. 한참을 터져 나오던 신음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었다.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어느새 로우의 머리칼을 휘어잡고는 입 안에 제 성기를 밀어 넣은 링크가 눈에 잡혔다. 로우는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선 힘겹게 입을 벌렸지만, 아무래도 버거운지 턱 끝에는 벌써 타액이 맺혀 목선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머리칼을 잡아 고개를 더 뒤로 꺾자, 로우의 목 안에서부터 꽉 막힌 신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링크가 성기를 마저 다 욱여넣었다. 로우가 힘겹게 눈을 뜨고서 링크를 애처롭게도 올려다봤음에도, 링크는 움푹 들어간 볼을 한 손으로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옳지, 그대로 벌리고 있어. 라는 말만을 내던졌을 뿐이었다.

로우가 옅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살짝 뒤로 뺐다가 다시 성기를 담으려 할 때, 일렉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세게 허리를 박았다. 우욱!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로우가 필사적으로 링크의 허벅지를 붙들었다. 일렉이 가한 진동으로 앞으로 몸이 쏠리며 목구멍에 링크의 것이 닿은 모양이었다. 마른기침을 뱉는 무구한 시도는 이미 입 안에 가득 찬 살덩이로 인해 무산이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로우는 잠시 멈췄던 눈물을 다시금 쏟아내고 있었다. 앞에서, 또 뒤로 박아대는 움직임에서 배려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욕망에 가득 찬 거칠고, 반복적인 추삽질에 로우는 차라리 까무룩 쓰러지는 게 낫겠다는 바람을 잠시잠깐 품기도 했다.

일렉은 로우의 신음을 막아버린 링크로 인해 아까보다 더 짜증스럽게 로우의 안을 헤집었다. 느끼는 곳만을 박으며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몰아가던 링크와는 달리, 이곳저곳을 아무렇게나 쑤셔대는 일렉으로 인해 안 그래도 예민해져 있는 온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와중, 일렉의 성기가 링크에게 내내 괴롭혀지던 곳에 깊게 들어섰다. 분명, 내내 이런 기분에, 이런 쾌락에 농락당했던 것 같은데. 도통, 익숙해지질 않아서, 이번에도 로우는 감각을 뛰어넘는 쾌락에 꾹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뜨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내내 일그러져 있던 일렉의 얼굴이 화색을 띄며 입 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욱, 흐으읍! 으, 아하으…. 웁, 흐, 으으….”

“…로우.”

“야, 너무 이기적인 거 아냐? 나도 이 새끼 목소리 좀 듣자고.”

 

비아냥대는 목소리에 링크는 처음으로 크게 동요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젠장. 링크가 입술을 잘근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단단히 로우의 머리칼을 잡은 채로 목구멍에다 제 것을 쑤셔 박자 로우는 흐려지는 의식을 겨우 다잡아야 했다. 깊고 빠르게 자신을 삼켜가는 허리짓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신음과 함께 헛구역질이 자꾸만 새어나오고, 온 몸에 힘은 쭉쭉 빠져 축 늘어지고만 싶은데 앞뒤로 거세게 붙들려 쓰러질 수조차 없었다. 하얗게 번지는 눈앞이 위태롭게 깜박였다. 제발, 나 좀….

울컥, 로우의 입 안으로 끈적하고 뜨거운 정액이 잔뜩 쏟아져 가늘게 새어나오던 호흡을 막았다. 삼켜. 낮게 읊조려진 목소리에 로우가 눈물을 뚝뚝 떨궈내며 비릿한 액체를 목 뒤로 힘겹게 넘기고 나서야 링크는 로우의 입 안에서 여전히 기세가 등등한 성기를 빼냈다. 일렉이 거세게 허리를 쳐 올릴 때마다 장기가 입 밖으로 다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토기를 겨우 삼켜가며 로우는 흐느끼듯 신음했다. 이제, 곧 있으면 끝이 날까. 이 맹목적인 사랑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이제는 쾌락을 넘어 죽음의 구간에까지 발을 디디게 될 것만 같다고.

 

“커헉, 윽, 하아…. 아, 아으으! 흐읍, 으, 그마, 그, 하으, 욱!”

“…하아, 씨발. 왜 이리 조이고 지랄이야….”

 

일렉의 미간에는 이미 굵게 주름이 잡혀 있었다. 크게 숨을 몰아쉬며 골반을 세게 틀어쥐고서 그답지 않게 느리고 길게 안을 파고드는 움직임 때문인지, 죽어가듯 헐떡이던 로우가 꾸밈없이 섧게 울음을 터뜨리며 허리를 잘게 떨었다. 속눈썹 끝에 위태롭게 맺힌 눈물이 한 방울씩, 하나, 둘, 떨어져 시트를 적셔감과 함께 로우는 가느다란 호흡이 점차 한계에 와 닿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턱 끝까지, 아니, 머리끝까지 차오른 숨과 그만큼의 쾌락을 더 이상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아 무서워질 때 즈음, 일렉이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로우의 정점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펑, 하고 터져버린 머릿속 무언가와, 새하얗게 번지는, 아니, 새까맣게 잠겨버린 눈앞과, 길고 긴 눈물의 마지막 한 방울. 이미 맞닿은 시트를 다 적셔버릴 정도로 애액을 쏟아내던 로우의 성기에서 약간은 묽어진 정액이 뿜어져 나와 아랫배와 시트를 끈적하게 적셨다. 빈틈조차 없이 꽉 조여 오는 내벽에 일렉도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길고 긴 숨을 내쉬며 성기를 빼내 정액으로 가득 찬 콘돔을 벗어 낸 일렉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문득, 마주친 두 개의 시선이 조금의 밀려남도 없이 부딪히다 이내 죽은 듯, 축 늘어져 버린 마른 몸에 쏟아져 내렸다.

링크는 조금의 미동도 없는 정수리를 부드럽게 몇 번 쓰다듬더니 귓가로 몸을 숙여 몇 마디를 속삭이곤 싱긋, 웃어보였다. 뒤척이며 작게 한숨이 터져 나와 그가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온통 울긋불긋한 자국들과 타액, 땀으로 뒤덮인 채 시트를 감은 하얗고 마른 몸에서 시선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아마 링크와 일렉,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는지, 이번엔 조금 더 열기에 젖은 두 눈빛이 맞부딪혔다. 원인 모를 한기와, 농도 짙은 욕망을 띈 웃음이 입가를 적셨다.

 

“로우.”

“…….”

“로우, 일어나.”

“야, 니가 뒤에서 해?”

“…뭐, 같이 넣어 볼까.”

 

어쩌면 로우는, 차라리 세상이 무너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HPB > TEXT_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렉로우]취중진담  (0) 2017.04.08
[일렉얀]꽃처럼 번지는,  (0) 2016.11.12
[링크로우]꿈, 그 엇비슷한  (5) 2016.11.0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